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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값 안 떨어지는 이유있었다
휘발유 값 안 떨어지는 이유있었다
  • 승인 2007.0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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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값 안 떨어지는 이유있었다

가격인하 효과가 발생해도 국내 휘발유 값이 떨어지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SK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국내 정유사들이 가격정보를 교환하며 담합을 한 탓이다.

이들은 지난 2004년 석유수입사 퇴출로 과점체제가 형성되자 담합을 시도, 거액을 벌어들였다.

이번에 적발된 정유사 중 한 곳이 2004년 6월 작성한 시장동향보고자료의 한 대목이다. 문제가 된 ‘공익모임’은 2004년 4월 이후 운영되기 시작했다.

정유사는 ‘유사휘발유인 세녹스에 대한 대책회의’라고 강변했지만, 공정위 생각은 달랐다.

휘발류 등 기름값 가격인상을 논의자리가 명백하다는 것. ‘시장안정화’라는 말도 결국은 ‘가격인상’을 의미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할인폭 축소시기에는 자영대리점을 활용해 시장관리’라는 대목도 확인됐다. 정유사간 ‘할인폭 축소시기’가 이른바 가격담합기간이라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2004년 4월부터 6월10일까지 71일로 봤다.

모임 결성 후에는 업계 1위 SK가 고시하는 공장도가격에서 일정액수를 할인한 금액을 일일판매 기준가격으로 채택했다.

SK의 공장도 가격만 인상시키면 실거래가격이 자동 인상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공익모임은 이처럼 가격정보를 서로 교환할 뿐 아니라 이행여부를 상호 감시하기도 했다.

합의 내용을 이행치 않는 업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합의이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2003년 11월 국내 최대 석유수입사인 페타코가 영업여건 악화로 부도처리되는 일이 벌어졌다.

석유수입사들에 대한 은행권 지원이 축소됐고, 다음해 1월 벙커C유 최대 수입사인 휴론도 문을 닫았다.

사실상 국내 정유사의 경쟁상대가 퇴출된 것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과점체제가 어느 때보다 견고해졌다. 가격담합이 가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석유수입사의 시장점유율은 휘발유의 경우 2002년 6.5%에서 2004년 1.6%로 등유와 경유는 각각 6.5%와 9.0%에서 3.4%와 3.5%로 떨어졌다.

담합의 근저에는 경쟁자가 사라졌는데 가격 또는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일 경우 상호 손실만 초래할 뿐이라는 공통된 인식이 깔렸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3년 이후 국내 정유사는 판매가격대비 제조원가 감소로 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됐다.

휘발류 등 석유제품의 국제가격은 급격히 상승한 반면, 제조원가에 해당하는 원유가의 상승폭이 완만했기 때문. 상대적인 원가인하 효과가 발생, 가격인하 여력이 추가적으로 발생한 셈이다.

만일 정유사간 담합이 아닌 경쟁이 이뤄졌다면 내수판매가격이 국제제품가격 이하로 하락할 수도 있었다는게 공정위 판단이다.

정유사는 그러나 내수판매가격을 무조건 국제제품가 이상으로 설정하는 아주 경직적인 가격결정방식을 공동으로 운용했다.

실제 담합기간 중 원유가 인상은 20원에 그친 반면, 국내 정유사가 공급하는 휘발유는 40원, 등유는 70원, 경유는 60원 인상됐다.

담합기간중 이들 4개 정유사의 3개 석유류 제품의 국내매출액은 1조6,000억원이었으며 소비자 피해액은 2,400억원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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