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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핵 불능화 착수
오늘부터 핵 불능화 착수
  • 승인 2007.1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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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시설 불능화 작업이 11월1일부터 시작된다.

동결이나 폐쇄 조치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불능화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전인미답의 단계이다.

그것도 올 연말까지 끝내야 한다는 시간적 제약까지 안고 있다.

갈 길은 멀고도 험하고, 할 일은 많은 형국이다.

하지만 핵시설 가동 중단과 폐기의 중간단계인 불능화는 반드시 성공적으로 이행돼야 한다.

적어도 불능화 없이는 북핵 폐기 및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불능화 작업은 영변의 3개 핵시설의 주요 부품을 빼내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의 감시 아래 북한 내 적절한 장소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작업에 45일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연내 불능화’에 무게를 둔 것이다. 부품 제거는 복구에 1년 가량 걸리도록 하는 ‘낮은 단계’의 불능화에 속한다.

이런 수준은 당초 2ㆍ13 합의 때 6자회담 참가국들이 구상했던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연내에 불능화를 끝내고 내년부터 핵 폐기 협상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불가피했다고 본다.

핵 연료봉을 제거하고 콘크리트를 붓는 방식은 3년 내 재가동을 불가능하게 만들지만 연료봉 제거에만 3개월이 걸린다.

연료봉 제거 등 핵 폐기나 다름없는 강도 높은 불능화를 하려면 북한이 경수로 제공 등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

더욱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내년까지 북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불능화 수준을 놓고 협상을 길게 끌고 갈 여유가 없다.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불능화 수준을 조금 낮추는 한이 있더라도 이미 약속한 2단계(불능화ㆍ신고) 조치를 빨리 끝내고 3단계(핵폐기)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능화를 철저하게 하기 위해 몇 달 더 교섭하기보다는 최종 목표인 핵 폐기를 앞당기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

불능화보다 향후 2주 후에 시작되는 핵 프로그램 신고가 더 중요하다.

힐 차관보가 최근 미 하원 청문회에서 “북한은 오는 12월31일까지 모든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리스트를 우리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미국은 북한에 무기급 플루토늄 50㎏(최대 10개의 핵폭탄 제조 가능) 보유설 및 우라늄농축프로그램(HEP) 의혹, 북-시리아 핵협력 의혹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신고와 해명을 통해 북한이 정말 핵 폐기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는지를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북한은 지난해 핵 실험 이후 보유 핵무기와 플루토늄을 포기하겠다는 언급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북한이 원자로 재가동을 통한 ‘도발’은 즉각 하지 못하더라도 보유한 플루토늄을 사용한 추가 핵 실험 등으로 ‘판 깨기’에 나설지 모른다.

불능화는 10단계, 신고는 3단계에 걸쳐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기술적인 문제들로 연내 이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힐 차관보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했지만 한미 양국은 예상치 못한 난관도 염두에 두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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