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5:38 (토)
진보 후보들도 정책대결 나서야
진보 후보들도 정책대결 나서야
  • 승인 2007.12.1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번 대선에선 보수 성향 후보들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한나라당 이명박,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줄곧 주도권을 놓지 않는 양상이다.

특히 BBK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이명박 후보가 지지도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반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노당 권영길 후보 등 진보 진영은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대선 여론조사에서 ‘양이(兩李)’ 후보는 5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으나 진보 후보들은 다 합쳐야 20%를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가 넘는 부동층 가운데 상당 수가 보수주의자일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분의 2를 상회하는 유권자가 보수 후보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참여정부 초반에 진보주의가 국민 정서에 미쳤던 호소력에 비춰보면 격세지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신기루를 본 듯하다.

이런 상황이 빚어진 데는 일차적으로 현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덕적 우월성에 취한 자만과 독선, 아마추어 정책 수립과 집행, 권력에 진입한 일부 386의 일탈 행태, 사회 갈등을 증폭시킨 편가르기식 언동 등에 대한 염증의 끝이 아닌가 싶다.

더욱이 진보세력 간에도 갖가지 정책과 노선을 놓고 반목과 알력이 표출되면서 에너지를 분열시키는 과정을 밟아 왔다.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진보 5년’을 경험해 봤더니 별 게 없더라.

‘구관이 명관이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보수 회귀로 특징되는 이번 대선의 판세는 진보세력 스스로가 자초한 측면이 다분하다. ‘꼴통 보수’ 못잖게 ‘꼴통 진보’에 대한 거부감이 형성된 것이다.

진보의 상대적 위축은 우리 사회로선 막대한 손실이다.

진보-보수의 적절한 균형과 견제는 조화롭고 중용적인 사회 발전을 위한 중요한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진보학자인 리영희 교수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라는 책의 서문에서 “진보의 날개만으로는 안정이 없고, 보수의 날개만으로는 앞으로 갈 수가 없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균형잡힌 인식으로만 안정과 발전이 가능하다”고 규정한 바 있다.

보수와 진보의 양축은 파쇼주의 같은 극단주의를 제어하는 사회 안전망이기도 하다.

보혁(保革)이 상반되는 개념이긴 하지만 넓게 보면 경쟁을 통해 상생해야 할 대상이다.

한 축의 위축이나 붕괴가 가져올 해악은 미뤄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그동안 진보성향 후보들의 대선 전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지금까지 제 목소리를 내는 대신 상대 후보 흠결 찾기에만 급급해온 네거티브 공세가 대선판을 주도했다. BBK에 치중하느라 정작 유권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을 놓치고 있다.

진보적 관점에서 제시해야 할 공약이 그 얼마나 많은가.

이를 통해 진보적 유권자들의 지지를 다지고 새로운 지지층을 유인해 내는 것이 의당 선거전의 핵심 요체가 돼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진보 진영 후보답게 자기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고 자기 주장을 펼치며 유권자들에게 다가서는 것이 옳다.

보혁 구도의 와해는 유권자들로서도 불행한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